1. 서론: 뉴 스페이스(New Space) 패러다임과 한국 우주 산업의 구조적 전환
세계 우주 산업은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급격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주체의 변화를 넘어, 발사 비용의 획기적 절감, 발사체 재사용 기술의 상용화, 그리고 위성 데이터 활용 서비스의 폭발적 증가라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혁신을 수반한다. 대한민국 역시 누리호(KSLV-II)의 독자 개발 성공을 기점으로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하였으며, 정부의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고 민간 기업이 체계 종합을 주도하는 형태로 정책적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 민간 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3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막강한 자본력과 방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대형 발사체 및 체계 종합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면,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을 통한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의 경제성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고효율 액체 메탄 엔진 기반의 초소형 발사체와 정밀 제어 기술을 무기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들 3사의 사업 영역과 포트폴리오를 심층 분석하고, 각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특화된 연구개발(R&D) 주제를 상세히 규명한다. 특히, 발사체의 '두뇌'이자 임무 성공의 핵심 열쇠인 유도항법제어(GNC: Guidance, Navigation, and Control) 기술에 대한 기업별 접근 방식과 요구되는 기술적 사양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한국 우주 산업이 직면한 기술적 과제와 미래 성장 잠재력을 진단하고자 한다.
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진화와 체계 종합 역량
2.1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 지상에서 우주로의 수직 계열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 기업으로서, 기존의 항공기 엔진 및 지상 화력 체계에서 축적한 기계 공학적 노하우를 우주 분야로 전이시키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 확장은 단순한 분야 추가가 아닌, 그룹사 내 역량을 결집하여 발사체-위성-지상체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1.1 발사체 체계 종합 및 우주 수송 서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 종합 기업으로 선정되며 명실상부한 한국 우주 산업의 앵커 기업이 되었다.1 이는 기존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수행하던 발사체 기체 총조립, 엔진 조립, 그리고 발사 운용의 핵심 역할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 사업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형 정지궤도 위성 발사 및 달 탐사 등 심우주 수송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발사체 시스템 통합뿐만 아니라 위성 추진 시스템 분야에서도 추력기 설계 및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발사체 상단과 위성 본체 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가능케 한다.2
2.1.2 항공우주 엔진 및 초정밀 가공 기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근간은 항공 엔진 기술에 있다. GE,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 등 글로벌 OE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민수용 항공기 엔진 부품 및 모듈을 공급하며 쌓은 정밀 가공 기술과 품질 관리 시스템은 우주 발사체 엔진 제작의 핵심 경쟁력이다.2 또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엔진을 공급하고, 무인기(UAV)용 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항공 추진 기관 전반에 걸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항공 엔진 기술은 로켓 엔진의 터보 펌프, 연소기 등 고온·고압 환경을 견뎌야 하는 핵심 부품의 신뢰성 확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3
2.1.3 계열사 시너지: 한화시스템 및 쎄트렉아이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독으로 설명될 수 없다. 한화시스템은 KF-21의 AESA 레이다와 각종 항공전자(Avionics) 시스템을 개발하며 축적한 ISR(정보·감시·정찰) 및 통신 기술을 우주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4 특히 고해상도 지구 관측(EO) 위성과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기술은 발사체의 탑재체(Payload)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이다. 또한, 쎄트렉아이의 위성 본체 제조 능력과 영상 데이터 분석 기술이 결합됨으로써, 한화는 '발사 서비스'를 넘어 '우주 데이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기업을 지향한다.3
2.2 특화된 R&D 주제: 고신뢰성 확보와 재사용 기술의 태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R&D 전략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발사체 신뢰성 확보와 글로벌 상업 시장 진입을 위한 재사용 기술 개발이라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취하고 있다.
2.2.1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과 클러스터링 기술
누리호에 적용된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은 구조가 단순하지만 효율(비추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차세대 발사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소 효율이 높은 다단 연소 사이클(Staged Combustion Cycle) 엔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대형 발사체의 추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동시에 제어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은 필수적이다. 이는 각 엔진의 추력을 정밀하게 동기화하고, 비행 중 엔진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엔진의 추력을 조절하여 임무를 완수하는 고도의 제어 로직을 요구한다.
2.2.2 재사용 발사체와 수직 이착륙(VTOL) 선행 연구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이 증명했듯이, 발사 비용 절감의 핵심은 발사체 재사용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파서스에어로스페이스(Parsus Aerospace) 등의 자회사 및 연구 조직을 통해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GNC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는 단순히 쏘아 올리는 기술을 넘어, 우주에서 귀환하여 지정된 지점에 정밀하게 착륙하는 역추진 착륙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는 기존의 탄도 비행과는 차원이 다른 제어 정밀도를 요구하며, 한화는 이를 위해 유도 항법 제어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5
2.3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GNC 핵심 기술 요구사항 분석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대형 발사체와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는 복잡한 시스템의 통합 제어와 극한의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GNC 기술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2.3.1 통합 항법 솔루션과 센서 퓨전(Sensor Fusion)
대형 발사체는 발사 순간부터 궤도 진입까지 장시간 비행하며, 대기권 밀도 변화, 고공풍, 연료 슬로싱 등 다양한 외란에 노출된다. 따라서 단일 센서에 의존하지 않고 관성항법장치(INS), 위성항법시스템(GNSS), 그리고 경우에 따라 천문항법장치(Star Tracker)까지 결합한 복합 항법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 칼만 필터(Kalman Filter) 고도화: 한화시스템의 초정밀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각 센서의 오차 특성을 실시간으로 보정하고 최적의 위치와 속도를 추정하는 확장 칼만 필터(EKF) 또는 무향 칼만 필터(UKF) 알고리즘의 적용이 요구된다.4
- 실시간 궤적 최적화: 비행 중 예상치 못한 외란으로 경로를 이탈할 경우, 사전에 계획된 경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목표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적응형 유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5
2.3.2 재사용을 위한 핀포인트 착륙(Pinpoint Landing) 유도 제어
재사용 발사체 R&D의 핵심 목표는 착륙 오차를 10m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GNC 기술이 통합되어야 한다.
- 역추진 제어 및 호버링: 발사체가 하강할 때 엔진을 재점화하여 감속하고, 착륙 직전 속도를 0에 수렴시키며 자세를 수직으로 유지하는 정밀 호버링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엔진의 추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스로틀링(Throttling) 기술과 연동되어야 한다.5
- 공력 제어와 RCS 통합: 대기권 재진입 시 그리드 핀(Grid Fin)과 같은 공력 제어면과 자세 제어 시스템(RCS)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발사체의 자세를 안정화해야 한다. 이때 공기 역학적 중심과 무게 중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제어 이득(Control Gain)을 스케줄링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2.3.3 전주기 검증 시스템: MILS, SILS, PILS, HILS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 종합 기업으로서 실제 발사 전 GNC 시스템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 V&V(Verification & Validation)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 모델 기반 루프 시뮬레이션(MILS): 수학적 모델을 통해 GNC 알고리즘의 논리를 검증한다.
- 소프트웨어 루프 시뮬레이션(SILS): 실제 비행 코드를 시뮬레이터 상에서 구동하여 소프트웨어적 결함을 찾아낸다.
- 프로세서 루프 시뮬레이션(PILS): 실제 비행 컴퓨터(OBC) 하드웨어에서 코드를 실행하여 연산 부하와 실시간성을 검증한다.
- 하드웨어 루프 시뮬레이션(HILS): 센서와 구동기(Actuator) 실물을 연결하여 통합 시스템의 성능을 최종 점검한다. 이 과정은 임무 성공 신뢰도 99.7% 달성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5
3. 이노스페이스: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의 혁신과 상업화 전략
3.1 사업 영역: 소형 위성 발사 서비스의 경제성 극대화
이노스페이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용화 사례가 드문 '하이브리드 로켓'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여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액체 로켓의 복잡함과 고체 로켓의 폭발 위험성이라는 양쪽의 단점을 상쇄하고, 구조적 단순함과 안전성을 무기로 저비용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사업 전략이다.
3.1.1 한빛(HANBIT) 발사체 라인업
이노스페이스의 주력 제품은 한빛(HANBIT) 시리즈이다. 시험 발사체인 '한빛-TLV'는 2023년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며 하이브리드 엔진의 비행 성능을 입증하였다.6 이를 바탕으로 2단형 상용 발사체인 '한빛-나노(HANBIT-Nano)'를 개발하였으며, 이는 약 50kg급 탑재체를 500km 태양동기궤도(SSO)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7 최근에는 브라질 우주청(AEB)으로부터 상업 발사 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발사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법적, 기술적 지위를 확보하였다.8
3.1.2 글로벌 발사 거점 확보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발사장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를 주 발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도에 가까운 알칸타라 발사장은 지구 자전 속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발사 효율이 높으며, 발사 방위각 제한이 적어 다양한 궤도 발사가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제공한다.7
3.2 특화된 R&D 주제: 전기 펌프 구동 하이브리드 엔진
이노스페이스 기술력의 정수는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에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로켓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추력 제어의 어려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3.2.1 전기 모터 구동 산화제 펌프와 특허 기술
전통적인 로켓이 복잡한 터보 펌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노스페이스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해 산화제 펌프를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하였다.10
- 기술적 원리: 전기 모터는 응답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제어가 용이하다. 이를 통해 산화제 공급량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엔진의 추력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 냉각 및 재순환 시스템: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산화제 탱크의 액체 산소를 전기 모터 주위로 흐르게 하여 모터의 발열을 냉각시키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기화된 산소를 다시 산화제 탱크로 돌려보내 탱크 내부 압력을 유지(가압)하는 효율적인 사이클을 구현하였다.10 이는 별도의 가압 가스 시스템을 축소시켜 발사체 전체 중량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3.2.2 고성능 파라핀 연료
이노스페이스는 연소율이 낮은 기존 고체 연료 대신, 회귀율(Regression Rate)이 높은 파라핀 기반의 고체 연료를 사용한다. 이는 단시간에 강력한 추력을 발생시킬 수 있게 하며, 폭발 위험이 없어 취급이 용이하고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NET(New Excellence Technology)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적 독창성을 인정받았다.12
3.3 이노스페이스의 GNC 핵심 기술 요구사항 분석
하이브리드 로켓은 액체나 고체 로켓과는 다른 고유의 동적 특성을 가지므로, 이에 최적화된 GNC 전략이 필요하다.
3.3.1 전기 펌프 기반의 추력 제어 로직
전기 펌프 시스템의 도입은 GNC 알고리즘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한다.
- 모터-펌프 동역학 모델링: GNC 컴퓨터는 목표 추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산화제 유량을 계산하고, 이에 해당하는 전기 모터의 회전수(RPM)를 지령해야 한다. 이때 배터리의 전압 강하, 모터의 토크 특성, 펌프의 유체 역학적 지연 시간 등을 고려한 정교한 제어 모델이 필요하다.
- 비선형 연소 특성 보정: 고체 연료는 연소가 진행됨에 따라 연료가 소모되어 연소실 내부의 형상(Port Geometry)이 변한다. 이는 연소실 압력과 추력 특성의 비선형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GNC 시스템은 이러한 내부 탄도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전기 펌프의 출력을 조절하여 이를 보상하는 적응 제어(Adaptive Control)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6
3.3.2 비행 안전 시스템(FTS)과 고장 탐지(FDIR)
민간 상업 발사체로서 안전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센서, 구동기, 펌프 시스템의 고장을 실시간으로 탐지(Fault Detection), 분리(Isolation), 복구(Recovery)하는 FDIR 알고리즘을 탑재해야 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엔진은 밸브를 잠그거나 펌프를 멈추면 연소가 중단되는 특성이 있어 액체 로켓과 유사한 수준의 비상 정지가 가능하다. GNC 시스템은 궤적 이탈 등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추력을 차단하는 비행 종단 기능(Flight Termination System)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5
3.3.3 궤도 투입 정밀도와 킥스테이지 제어
한빛-나노 발사체는 1단 하이브리드 엔진과 2단 메탄 엔진(또는 소형 액체 엔진)으로 구성된다. 1단이 대기권을 돌파한 후, 2단 킥스테이지는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밀하게 투입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2단 GNC 시스템은 장시간의 무추력 비행(Coasting) 구간 동안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확한 시점에 엔진을 재점화(Re-ignition)하여 궤도 요소를 미세 조정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브라질 AEB 등 고객의 위성 2기를 각기 다른 궤도 위상에 배포하는 다중 임무 수행을 위해서도 정밀한 자세 제어 및 델타-V(속도 증분)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7
4.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고효율 메탄 엔진과 수직 이착륙의 기술적 도전
4.1 사업 영역: 초소형 발사체와 고빈도 발사 서비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초소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비전 아래, 액체 메탄 엔진을 기반으로 한 '블루웨일(Blue Whale)'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4.1.1 블루웨일 발사체 시리즈
페리지는 준궤도 시험 발사체인 '블루웨일 0.4(BW 0.4)'와 궤도 진입용 발사체 '블루웨일 1(BW 1)'을 보유하고 있다. BW 1은 2단형 발사체로, 고도 500km 태양동기궤도(SSO)에 최대 170~200kg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13 이는 큐브위성이나 초소형 군집 위성을 원하는 시간과 궤도에 즉각적으로 발사해 주는 '우주 택시' 개념의 서비스를 지향한다.
4.1.2 글로벌 파트너십과 해상 발사
페리지는 스웨덴 우주공사(SSC)와 협력하여 에스레인지(Esrange) 우주센터에서 BW 1을 발사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15 또한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의 발사 플랫폼을 운용함으로써 발사 장소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발사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4.2 특화된 R&D 주제: 메탄 엔진, 탄소 복합재, 그리고 수직 이착륙
페리지의 기술적 차별점은 '소형화'와 '재사용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첨단 제조 기술과 제어 기술의 결합에 있다.
4.2.1 액체 메탄 엔진과 전주 도금 기술
페리지는 케로신 대신 액체 메탄을 연료로 선택했다. 메탄은 연소 시 그을음(Soot) 발생이 적어 엔진 내부에 탄소 찌꺼기가 끼지 않으므로, 별도의 세척 없이도 엔진을 재사용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엔진 연소실을 제작할 때 '전주 도금(Electroforming)' 기술을 적용하여, 복잡한 형상의 냉각 채널을 가진 연소실을 이음새 없이 일체형으로 제작하였다.16 이는 엔진의 내구성을 높이고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여 엔진의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기술이다.
4.2.2 수직 이착륙(VTOL) 호버링 테스트 성공
페리지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해 시험 기체인 '블루웨일 0.3'을 이용하여 수직 이착륙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해당 시험에서 기체는 고도 100m까지 수직 상승한 후, 공중에서 약 10초간 정지 비행(Hovering)을 수행하고, 다시 지정된 착륙 지점으로 수직 하강하여 착륙하였다.17 이는 스페이스X의 그래스호퍼(Grasshopper) 테스트와 유사한 과정으로,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액체 로켓 엔진을 이용한 수직 자세 제어 능력을 입증한 사례이다.
4.3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GNC 핵심 기술 요구사항 분석
페리지의 발사체는 크기가 작아 기동성이 좋지만,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매우 빠르고 정밀한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4.3.1 고대역폭 자세 제어와 외란 제거(Disturbance Rejection)
소형 발사체는 질량 관성 모멘트가 작아 바람과 같은 외란에 의해 자세가 급격히 변할 수 있다. 따라서 GNC 시스템의 제어 루프 주파수(Control Loop Frequency)가 대형 발사체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 강건 제어(Robust Control): 센서 노이즈와 모델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H-infinity 등의 강건 제어 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 TVC와 RCS의 고속 연동: 추력 편향 제어(TVC) 장치와 자세 제어 시스템(RCS)이 밀리초(ms) 단위의 빠른 응답 속도로 작동하여 자세 오차를 즉각적으로 보정해야 한다.19
4.3.2 정밀 착륙을 위한 유도 알고리즘과 호버링 제어
블루웨일 0.3의 호버링 테스트 성공은 페리지의 GNC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정밀 착륙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요구된다.
- 스로틀링 기반 고도 제어: 중력과 추력이 정확히 평형을 이루도록 엔진 출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한다. 액체 메탄 엔진의 정밀한 유량 제어 밸브와 연동된 제어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 영상 기반 항법(Vision-based Navigation):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접근하기 위해, 레이더 고도계뿐만 아니라 카메라나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한 지형 대조 항법 기술이 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PS 신호가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수 센티미터 단위의 착륙 정밀도를 보장할 수 있다.
4.3.3 폐루프(Closed-Loop) 유도 시스템과 시뮬레이션
페리지는 소형 발사체의 비행 궤적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전 구간 폐루프 유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현재 위치와 목표 지점 간의 오차를 계산하여 궤적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행체의 6자유도(6-DOF) 운동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고성능 시뮬레이션 환경이 필수적이다. 페리지의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서도 C++ 기반의 6-DOF 시뮬레이션 개발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기술적 수요를 반영한다.20
5. 3사 GNC 기술 비교 분석 및 산업적 시사점
| 구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이노스페이스 |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
| 주요 추진 방식 | 액체 (Kerosene/LOX), 다단연소 | 하이브리드 (Paraffin/LOX), 전기펌프 | 액체 (Methane/LOX), 가스발생기 |
| 핵심 발사체 | 누리호, 차세대발사체(KSLV-III) | 한빛-TLV, 한빛-Nano | 블루웨일 1 (Blue Whale 1) |
| GNC 핵심 과제 | 대형 시스템 통합, 재사용(대기권 재진입), 복합 항법 | 전기 모터 펌프 제어, 비선형 추력 보정, FDIR | 고속 자세 제어, 수직 이착륙(VTOL), 호버링 |
| 제어 특성 | 고신뢰성, 강건성, 정밀 궤도 천이 | 능동 추력 제어, 하이브리드 연소 안정화 | 민첩성(Agility), 고대역폭 제어, 외란 제거 |
| V&V 전략 | MILS/SILS/PILS/HILS 등 체계적 검증 프로세스 | 지상 연소 시험 기반 펌프 제어 검증, 비행 시험 | 축소형 기체(BW 0.3) 비행 시험, 호버링 실증 |
5.1 기술적 수렴과 분화: 재사용과 정밀 제어
세 기업은 각기 다른 추진 시스템과 타겟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발사체 재사용'과 '정밀 궤도 투입'이라는 기술적 지향점은 공유하고 있다.
- 수렴: 모든 기업이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해 재사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호버링, 역추진, 정밀 착륙 유도 제어 기술을 공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 분화: 한화는 대형 시스템의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통합 제어'에,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펌프 및 연소 제어'에, 페리지는 소형 기체의 민첩성을 활용한 '고속 자세 제어'에 특화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5.2 GNC 전문 인력 및 기술 수요의 변화
이들 기업의 기술 개발 방향은 국내 우주 산업 인력 시장에도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과거 항공우주공학의 전유물이었던 GNC 분야가 이제는 소프트웨어 공학, 제어 계측, 전자 공학과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다.
5.2.1 필수 기술 스택 (Skill Stack)
- 프로그래밍: 실시간성(Real-time)이 보장되는 C/C++ 및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Python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시뮬레이션 툴 제작 능력.21
- 이론적 배경: 선형/비선형 제어 이론, 최적화 이론(Optimization Theory), 칼만 필터링 등 상태 추정 알고리즘에 대한 깊은 이해.23
- 도구 활용: MATLAB/Simulink를 이용한 모델링 및 자동 코드 생성, ANSYS Fluent 등을 활용한 유체 역학적 특성 분석 능력(페리지 CFD 엔지니어 공고 참조).24
5.2.2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
단순히 제어기 하나를 설계하는 것을 넘어, 추진 기관, 구조체, 전자 장비 등 타 서브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전체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페리지와 같은 스타트업에서는 엔지니어가 시뮬레이션 개발부터 비행 소프트웨어 탑재, 실제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므로 폭넓은 시야가 요구된다.20
6. 결론 및 제언
대한민국의 민간 우주 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가 우주 개발의 중추로서 대형 발사체와 위성 시스템의 통합 역량을 완성해 나가고 있으며,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이라는 차별화된 기술로 소형 발사 시장의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메탄 엔진과 수직 이착륙 기술을 통해 가장 민첩하고 효율적인 우주 운송 수단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GNC 기술은 더 이상 교과서적인 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극한의 환경에서 시스템을 보호하는 FDIR, 수직 착륙을 가능케 하는 정밀 유도, 그리고 복잡한 하이브리드 연소를 제어하는 적응형 알고리즘 등 고도화된 기술들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대학 및 연구소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실전형 GNC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과감하게 우주 공간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도록 발사장 인프라 확충과 규제 완화에 힘써야 한다. 한화,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의 성공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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